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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성찰

우간다 글루의 밤하늘 아래에서

어린语邻 2015. 7. 3. 15:37

2015.07.03

 

우간다 글루의 밤하늘 아래에서

 

 

 

 

 

 

 오늘은 한국에서 방문하신 교수님이 오셔서 해가 진 후에야 일정이 끝났다. 부족한 체력이라서, 이미 한참 전부터 피곤했지만 집 앞 차에서 내리는 순간 쪼르르 나오는 앞 집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아이들 옆에 가서 앉았다.

 앞 집의 플라스틱 의자를 빌려 어두운 마당에 앉아 별을 쳐다보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고하면 하나같이 신기해하는데,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우간다의 7월의 밤은 늘 시원했다.

 아이들이 근처에 와서 장난을 친다. 만3살의 아쑴타와 9살의 캐서린. 내가 별을 가리키면서, '저 아름다운 별을 보렴, 참 예쁘지?' 하니, 캐서린이 이리 와보라면서 내 손을 끌고 집 뒷마당으로 간다. 집의 뒷마당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있기도하고 너무 어두워서 내가 가기를 꺼려하자, 캐서린이 내 손을 잡고 이끈다. 졸졸 따라가보니, 여기 앉아보랜다. 그래서 앉았다.

그 순간 "와아-"라는 탄성이 나왔다. 바로 그 자리는, 달이 너무나도 밝고 예쁘게 빛나는 곳이었다. 다른 집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달이, 집 뒷마당의 나무 아래에서는 그토록 반짝이고 있었다.

 장난을 치고 놀고 있는데, 아이들이 집에서 뭔가를 가지고 와서 보여주기도 하고, 자기의 생활에 대해서 조잘조잘 이야기도 한다. 앞 집 엄마가 옥수수를 들고 나왔다. '너 이게 뭔지 알아?' 라고 묻는다.

'그럼 그럼 알지, 이건 옥수수!'

'너 이거 좋아해?'

'응!'

'먹을래?'

'응!'

갓 찐 옥수수의 껍질을 까서 먹는다. 달콤하다. 옆에서 아이들도 하나씩 들고 먹는다. 바람은 솔솔 불고, 별들은 반짝인다.

바람,하늘,별,햇살..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것인데, 나는 이것들이 정말 너무나도 좋다. 바람과 하늘과 별,햇살을 한가득 느낄 수 있는 곳이 좋다.

 내가 사랑하는 바람, 하늘, 별, 햇살이 가득한 곳을 걷다보면 이곳이 정말 하나님의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미래의 배우자, 아이들과 같이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이런 아름다움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배우자가 없음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것과 다른 기분이 든다.

 엊그제 친구가 물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해외생활, 외롭지 않느냐고... 이런 질문을 들을 때, 나의 최선의 대답은 '외롭긴 하지만, 괜찮아'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 외로워,'라고 대답했다. 정말 외롭지 않았다. 오늘 하루, 예수님과 함께 동행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니, 외로울 이유가 없었다. 정말 큰 변화다.

 

낮에는 따스한 햇살과 하나님,

밤에는 반짝이는 별들과 하나님,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