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 책 |그리움을 위하여_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_박완서

 

 

 

 

 

 

 

#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은 남해의 섬.

노란 은행잎이 푸른 잔디위로 지는 곳.

70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 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있는 집으로 들어오는,

그런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 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 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으므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 지도 느끼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내년 여름에 이모님이 시집간 섬으로 피서를 가자고 지금부터 벼르지만

나는 안가고 싶다.

 

나의 그리움을 위해,

 

그 대신 택배로 동생이 분홍빛 도미를 부쳐올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

 

나는 왜 이리 그리운 것이 많을까, 생각해보았었다.

10개월 간의 프랑스 유학생활을 마치면서, '또 다시 그리울 것들이 잔뜩 생겨나버렸군.'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는 그 곳의 사람들, 매 주일 내 모든 사랑을 담아서 안아주었던 교육부 아이들, 매일 다른 모양으로 나를 기쁘게 하는 구름들, 아침 거리를 가득 채우는 빵 굽는 냄새, 매일 아침 몸을 실었던 파란색 트람, 낮잠을 허락해 주었던 학교 앞 잔디밭, 등하교길에 늘 내가 노래를 부르며 걸었던 기차역부터 우리 집 까지의 그 길..

 

3년 만에 우간다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웠던 하늘, 바람, 사람. 붉은 색 토양의 길, 그 흙에 덮이다 못해 물들어 버린 거리의 나무들.

맑고 영롱한 빛을 띠는 파인애플의 속살, 갑자기 내리치는 굵은 빗방울, 투박한 아프리칸 잉글리시.

 

이렇게 그리워 할 것들을 내 마음 속에 차곡히 쌓아가면서, 나는 동시에 또 그 복잡한 서울생활을 그리워 했었다.

 

그 때가 더 좋았더라, 지금이 더 나았더라.

이렇게 내 삶을 시간의 축에 두고 비교를 하자면,

더 좋은 시절과 덜 좋은 시절이 나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그 때는 그 때로서 아름다웠고, 지금은 지금으로서 아름다워서,

시기마다 내 삶에 그리움이 담뿍 담뿍, 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앞으로 마음껏 그리워 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