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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리 뷰

리뷰 : : 책 | 오늘의 거짓말 / 정이현

어린语邻 2015. 9. 10. 22:56

 

리뷰 : : 책 | 오늘의 거짓말 / 정이현

 

 

 

 

 

삼풍 백화점이 붕괴되었다.

층이 무너지는데 걸린 시간은 일초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

 

저녁을 짓다 말고 찌개에 넣을 두부를 사러 삼풍백화점 슈퍼마켓에 아랫집 아주머니가 돌아오지 않았다. 도마에는 대파가 남아 있다고 한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며칠 조간신문에는 실종자와 사망자 명단이 실렸다. 나는 그것을 읽지 않았다.

옆면에는 여성명사가 기고한 특별칼럼이 있었다.

호화롭기로 소문났던 강남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대한민국이 사치와 향락에 물드는 것을 경계하는 하늘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나는 신문사 독자부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신문사에서는 필자 연락처를 알려줄 없다고 했다. 없이 나는 독자부 담당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자가 거기 와본 있대요?

거기 누가 있는지 안대요?

 

나는 -- 숨을 쉬었을 것이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울음이 그칠 때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살다보면, 어떠한 사건 전체 혹은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비판하게 되는 일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철저히 타자가 되어서 상황을 바라볼 뿐이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그 사건을 비판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정의라는 이름으로 되려 우리가 목소리를 내주고 싶었던 자들의 삶까지도 싸잡아서 비판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결 구조, 갑과 을의 대결구조, 남성과 여성의 대결구조, 와 같이 이미 자리 잡아 버린 사회 속의 대결구조는, 보통 후자가 '약자'라는 타이틀을 쓰고 전자에 대해서 투쟁하고 항의하고, 대항한다. 후자에 위치한 자들이 때때로 목소리를 가질 수 없기에 같이 힘을 모아 그들의 권리를 외칠 수 있지만, 그들의 권리를 외치는 이유는 그들의 삶을 귀히 여기기 때문이라는 사실과, 전자의 사람들도 역시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싸움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정말 가치를 위한 싸움을 하길 원한다면 말이다..

 

한참 화제였던 땅콩 사건 당시, 사회적으로 매장 당했던 '죄인'은 정말 그렇게 다뤄져야만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존중 받지 못했던 직원, 권력의 남용과 같은 부분들은 분명히 비판받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꼭 그 사람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비판을 넘어 비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걸까?

 

물론 그 동안 쌓인 대중들의 (나를 포함한) 부정의함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우리가 '사람'을 소중히 여겨서 목소리를 내는 거라면, '죄인'이 되었던 그 여자도 역시 하나의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했다면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학살을 감행했던 우간다 북부의 무장단체 LRA. 강제적으로 끌려가서 소년병으로, 그리고 청년이 되어서 까지 LRA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청년이 LRA의 힘이 약해지면서 자신이 살던 마을로 돌아왔다. 그는 LRA의 일원이었을 때, 자신 마을의 사람들을 죽인 일이 있다. 마을의 노인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청년을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쫓아내면, 그는 사회 어딘가에서 부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니까. 청년은 진심어린 용서를 구한다. 그는 다시 마을의 한 일원이 되어간다.

 

 한국에서 감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일까.

 

세상에 비극이 생길 때마다, 비극의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그 비극을 만들어 낸 범인을 찾아서 '매장'하는 방식으로 나의 슬픔을 극복하는 방식을 그만 두면 좋겠다. 같이 슬퍼하고, 또 다시 같이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비극의 조각에, 누군가의 삶이 걸려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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