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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삶의 자리의 영광
리뷰 : : 책 |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 본문
리뷰 : : 책 |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
# 생각
내가 2013년에, 그리고 최근 몇 개월 전의 수업시간에 설명하려다가 실패한 개념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 두가지 수업은 모두 프랑스어 말하기 수업 시간이었는데, 당시 나 혼자서만 주제에 대한 이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내 생각에 대한 어떠한 확신이 있었는데, 그것을 도무지 어떻게 설명해내야 할 지 몰랐었다.
13년의 수업 내용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장점으로 언급된 것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먼 나라의 사람과 쉽게 교류할 수 있다, 등과 같은 것이었다. 단점으로는 과도한 사용은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중독현상이 있을 수 있다, 유해정보도 쉽게 전달될 수 있다, 등이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반대의견을 말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인터넷이 일을 더 많이 만들고, 사람들을 더 바쁘게 만든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이 있으면 더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왜 더 바쁘게 만드냐는 것이었다. 나는 인터넷이 있어서, 모든 것의 속도를 억지로 다 빠르게 만들어 버린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당시 내 불어실력으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최근 몇 개 월전, 프랑스에서 거주하던 당시 '더 우월한 문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의견을 말해야 했다. 당시 내 머리 속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있었다.
- 기술이 더 발달된 것을 우리는 더 우월한 문명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는 어떠한 방향성을 향해서 흘러가고 싶어하는데, 지금 현대사회는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을 그 방향성의 끝 (즉 목적)에 두고 있는 것 뿐이다. 그 방향은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이며, 지금 설정된 그 방향성은 임시적인 것 뿐이다. 지금 보기에는 아주 오래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당시 '방향성'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이것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둘러둘러 설명했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사실 한국말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분명히 나는 뭔가 온 몸으로 위의 사실들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나도 문명 속에 빠져서 살기 때문에, 끌려가는 속도 속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고 있지만, 분명 나는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속도를 거스를 용기도 힘도 없지만.
내가 느끼고 있었던 그 사실을, "오래된 미래"는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느리게 반증해내었다.
<오래된 미래>는 3파트로 나뉘어져, 전통에 대해(과거 라다크 사람들의 삶의 모습), 변화에 대해(서양문물의 유입),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프롤로그
P42
-서구의 문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 하나뿐인 표준적인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중략)
-서구의 주류문화에서는 발생하는 문제점을 인간의 내재적 결함 탓으로 돌리면서 '개발'이나 '진보'로 불리는 구조적 변화에 있어 자신이 정말 해야 할 역할은 무시해버리곤 한다. 기술의 개발은 진화론적 변화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인류가 처음 직립보행을 시작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처럼, 원자폭탄을 만들고 생명공학을 태동시켰던 것도 그런 진화론적 맥락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유럽이 산업혁명으로 인해 변화되고 있는 동안 세계의 다른 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 고유의 원칙과 가치관을 따르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우리는 진화와 과학적 발전을 구분해서 보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서양인들이 전통적 문화권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생각 : 이전에 나는 '발전'이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피해갈 수 없는 방향성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국제개발의 형태도 어느 정도 세계적인 방향성에 순응하면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
더 나은 문명이란 존재하는가? 에 대해서 토의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제시하던 관점 중에 하나가 서구가 기술적으로 더 발전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반대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발전'이라는 것이 better이라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이 관점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세계는 지금 과학과 기술에 기반한 단 하나의 개발 모델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Chapter11. 라마승려에서 엔지니어로
-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제 여동생이 레에 살거든요. 여동생은 일을 빨리 하게 만드는 것들은 뭐든지 가지고 있어요. 옷을 가게에서 구하고 지프를 타고 다니고 전화기나 가스 요리기도 가지고 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시간이 많이 절약될 텐데 제가 찾아갈 때면 저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답니다.
# 책 속에서 '레'는 라다크 사람들의 '도시'라고 보면 된다.
# 라다크 사람들은 서양문명이 들어오기 전 옷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만들어 입었다.
- 변해가는 라다크 사람들이 내게 가르쳐준 가장 놀랄 만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현대세계의 생활도구와 기계들이 그 자체로는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지만 그것들을 사용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새로운 생활은 전체적으로 시간을 빼앗아가버리는 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개발의 결과로 도시 지역에 사는 라다크 사람들은 활용가능한 기술의 속도에 의해 경쟁을 해야 하는 새로운 경제체제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그것은 내게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전화기를 사용하는 사회를 가정한다면 그 안에서 전화기가 없이 생활하는 사람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메시지를 전해야 할 때마다 직접 상대방에게 찾아가서 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자동차나 버스가 운행되는 사회에서는 걸어 다니거나 짐승을 타고 다닌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잠에서 깨어나 '오늘은 운전을 해서 갈까? 아니면 그냥 걸어갈까?'라는 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이 진행되는 속도는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 기술의 변화는 빈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었다.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는 사람들은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자욱한 먼지를 남겨놓는다. 물질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그렇다.
Chapter12 서양을 배우다
- 아무도 진정한 교육의 가치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날 지식을 확장시키고 더욱 풍요롭게 해야 하는 교육 본래의 취지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즘의 교육은 어린이들을 자신들의 문화와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한편, 서구화된 도시 환경에 맞는 편협한 시각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서구식 교육이 라다크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70년대였고, 기본 교과과정은 인도 학교의 교과과정을 모방한 것인데 인도의 교과과정 역시 영국의 것을 모방한 것이다. 라다크에 관한 것은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중략…) 그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략)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교과서를 쓴 사람들은 단 한 번도 라다크 땅을 밟은 적이 없고 1만 2,000피트 고원에서 보리를 재배한다거나 햇빛에 말린 벽돌을 가지고 집을 짓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 해당 내용은 국제개발협력에서 자주 등장하는 '현장중심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오늘 날의 세계의 곳곳에서 '교육'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정들은 공통적으로 동일한 전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유럽 중심의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그것들은 현실과 거리감이 있는 사실과 숫자 그리고 세계 공용의 지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과서는 지구촌 전체에 적용되는 정보들을 전파한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한 생태계와 특정한 문화권의 상황이 제거된 채 한 종류의 지식만이 전 세계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어서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내용은 본질적으로 실제적인 생활의 맥락으로부터 동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 생각
국제개발도 마찬가지. 우간다에서 적용한 개발모델을 세네갈에서 적용할 수 없다. 심지어 우간다 안에서도, 남부에서 적용한 모델은 북부에서 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MDGs나 Post-MDGs는 몇 가지, 우리가 이루고 싶은 몇 가지를, 전 세계에 쏟아내어, 이뤄보자, 라고 말하는 욕심 많은 이기주의자 같기도 하다. 유아사망률 몇%, 기초교육도달 몇% 등과 같이 수치화시켜서 모든 나라에게 요구되는 그 유명한 'GOALS'은 누구를 위한 목표일까?
조심스러워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사람은 때가 되면 이 땅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오래'사는 것만이 복일까, 물론 한국의 역사를 돌아볼 때에 전쟁과 기근으로 너무 일찍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만수무강'이라는 단어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병을 이겨내기 위해서 만들어낸 치료제는 또 다른 변종을 만들어내고, 우리는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또 다른 것을 열심히 개발해 낸다. 그리고 이것은 반복된다. 안타까운 것은, 그 '치료제'라는 것이 돈 많은 사람들에게만 사용된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암'이라면 다 죽는 거였는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많이 살지,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암이 걸렸을 때, 치료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있고 거기에 지불할 수 있는 돈이 있는 사람이다. 그 지구 반대쪽에서는 설사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질병에서부터, 사전에 주의하여 약을 복용하면 예방할 수 있는 말라리야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더한 것은, 그 돈 있는 자들이 사용할 '인프라'를 구축하고 백신이나 약품들을 구축하기 위해서, 안 보이는 곳에서 힘 없는 자들이 계속해서 희생되어 진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얻으면 누군가가 잃을 수 밖에 없도록 사회가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병을 치료하지 말아야 하느냐? 라고 묻는 다면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정확히 정리된 생각이 없다. 의문이 있다면, 이 책의 '전통에 관하여'부분을 읽어보길 권한다. 과하지 않은 질병에 대한 개입, 그리고 자연을 훼손시키기 않고 살아가기에 희귀한 질병들의 발생이 적으며, 때가 되면 아름답게 죽는 라다크 사람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를 말이다.
- 교육은 사람들을 농촌에서 끌어내 도시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화폐경제에 종속되고 만다. 전통적 라다크 사회에는 실업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 도시 지역에서는 주로 정부기관에서 내놓은 몇 안 되는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이제 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중략)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라다크 사람들은 서로와 땅으로부터 분리 될 수 없었고 세계경제의 사다리 제일 아래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Ch13. 중심으로의 이동
- 노르부는 스토크 마을 출신이다. 그는 하얀색으로 칠한 벽돌과 조각 장식을 한 발코니가 있는 3층 집에서 자랐다. (중략) 그는 지금 레에 있는 작은 단칸방에 혼자 살고 있다. (중략) 노르부가 고향 마을을 떠나 레에 온 것이 누군가의 강요는 아니었지만 또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을 도시의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현대화의 압력이었다. 노르부가 받은 교육은 도시 지역에서 일을 하기 위한 것이었고, 모든 일자리가 도시에 있었다. 실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그는 더 이상 농부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
3부. 미래를 향하여
Ch15. 흑백논리는 없다
- 사회의 가치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들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구성원들의 행복이 그 척도가 되어야 하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유지가능성이 그 척도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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