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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삶의 자리의 영광
리뷰 : : 책 |그리고 산이 울렸다 / 할레드 호세이니 본문
그리고 산이 울렸다
And the mountains echoed
고등학교 1학년 때 ‘연을 쫓는 아이’를 읽었다. 정확히 말하면 읽다가 말았다. 뉴욕타임스 120주 연속 베스트셀러, 올해 최고의 소설 등의 타이틀을 가진 ‘연을 쫓는 아이’는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당시 그리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당시 나는 ‘이렇게 유명한 책인데 왜 나만 감동을 못 받는 걸까? 도대체 재미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걸!’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천개의 찬란한 태양’ 이라는 책이 또 출간되었고 그 역시도 상당히 호평을 받았음에도 ‘연을 쫓는 아이’에서의 따분한 기억으로 인해 읽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할레드 호세이니가 '그리고 산이 울렸다' 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약간의 도전정신으로 나는 할레드 호세이니와 약 5년 만에 다시 재회를 하기로 하였다.
*할레드 호세이니와의 만남
할레드 호세이니는 놀랍게도 의사이기도 했다. 의사를 하면서 틈틈이 책을 써서 낸 3권의 책이 모두 호평을 받는 베스트셀러이다. 그는 아프카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의 약 5년을 카불에서 보낸 후 이란의 테헤란으로 이주하게 된다. 이란에서 약 3년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카불로 돌아오고, 다시 약 3년 후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서 의사가 된다. 그는 아프카니스탄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대표되어지고, 독자들은 그가 아프카니스탄에서 살았다는 점을 그 작품의 이유로 많이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삶을 돌아보면 그는 한국나이로 겨우 1살에서 5살까지, 그리고 약 8살에서 11살 정도만 아프카니스탄에 살았다. 그가 청년, 장년이 되어서 아프카니스탄과 어떠한 인연을 맺으며 지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린시절의 길지 않은 기억으로 아프카니스탄을 기억하며 ‘아프카니스탄 이야기를 하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라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의사’라는 직업은 그가 가지고 있는 지위와 명예를 상징적으로 나타나주며 그것에 더하여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그의 타이틀은 그가 하는 이야기에 충분한 파급력을 불어넣어준다. 나는 아프리카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프카니스탄의 이야기는 잘 알지 못하나, 작가가 아프카니스탄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진심 어리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그의 작가의식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의 중심이야기는 파리와 압둘라의 생이별의 슬픔이다. 그리고 그 생이별의 이유는 다름 아닌 ‘가난’이었다. 가난이 낳은 비극적인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하지만 이것이 이 책의 전부가 아님은 분명하다. 만약 이것이 전부라면 어쩌면 이 책은 다소 식상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책의 중심축은 파리와 압둘라의 이야기이지만 중간에 수많은 이야기가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 받아 전개된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책의 흐름을 따라잡으며 읽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파리와 압둘라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주변인물 ‘나비’라는 인물에 집중되어진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고, 나비의 이야기에 나오는 술래이만과 닐라의 이야기가 따로 전개된다. 또 그 이야기는 마르코스씨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을 취한다. 그 외에도 마르코스와 오델리아, 파르와나와 마수마, 이드리스와 티무르, 닐라와 파리 등의 이야기도 포함되어져 있다.
작가가 ‘연을 쫓는 아이’와 ‘천개의 찬란한 태양’과는 다르게 많은 주인공들의 삶을 각각 집중하여 풀어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단순히 ‘아프카니스탄의 현실이 낳은 비극’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아프카니스탄의 비극은 살짝 뒤로 물러나 있고,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중심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비극이 거북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다가올 수 있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각각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그 주인공들은 세심하게 모두 연결되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내가 접해왔던 소설들은 ‘주인공’이 정확히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주변인물이며 그 주변 인물들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서술되어지지 않았던 것들이 많았다. 파리와 압둘라가 중심인물이고 나머지는 주변인물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런 형식이 주었던 유익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에게 ‘네가 주연’이라고 정해주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개개인이 본인의 삶에서 충분히 주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는 점이다.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연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내 인생의 조연인 사람도 그 사람 인생에서는 주연이다. 내가 듣는 수업의 저쪽 끝에 앉아있는 사람도, 나의 삶에서는 배경이지만 그 사람 인생에서는 주연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아픔이나 기쁨이 담긴 삶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다소 과장된 해석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러한 방식이 모든 개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작가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가장 처음인 제목으로 돌아가 본다. And the mountains echoed라는 제목으로 인해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려나?’ 궁금하게 했지만 특별히 다뤄지는 부분은 없었다. 작가가 실제로 작가는 아래의 시를 통해 제목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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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소리가 잔디 위에서 들리고
웃음소리가 언덕에 들릴 때
내 심장은 내 가슴 속에서 쉬고
모든 것이 고요합니다
When the voices of children are heard on the green,
And laughing is heard on the hill,
My heart is at rest within my breast,
And everything else is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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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 가자, 애들아. 해가 졌다
그리고 밤 이슬이 맻힌다
어서 어서, 장난은 그만두고 가자
아침이 하늘에 올 때까지
'Then come home, my children, the sun is gone down,
And the dews of night arise;
Come, come leave off play, and let us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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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아니야 더놀아. 아직도 낮이야
우리는 자러가지 않을 거에요
하늘에는 작은 새들이 날고
그리고 언덕에는 양떼들이 놀고 있는데
'No, no, let us play, for it is yet day,
And we cannot go to sleep;
Besides, in the sky the little birds fly,
And the hills are all cover'd with sh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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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가서 놀아라, 햇빛이 스러질 때까지
그리고 그 때 가자
아이들은 뛰며 소리치며 깔깔댔습니다
그리고 모든 언덕이 메아리 쳤습니다.
'Well, well, go and play till the light fades away,
And then go home to bed.
The little ones leapèd, and shoutèd, and laugh'd
And all the hills echoè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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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의 노래’ _ 윌리엄 블레이크 (피천득 번역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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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지막 행인 ‘And all the hills echoed’라는 부분이 약간 변형되어 ‘And the mountains echoed’가 되었다. 시의 첫 째 연에 나오는 ‘나’는 누구일까? 시의 어디에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언덕이라고 생각되고, 아이들과 대화하는 대상도 마찬가지이다. 언덕은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모습을 그저 조용히 바라보며 흐르는 대로 둘 뿐이다. 이것과 같은 맥락에서 호세이니는 책속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잠잠히 바라보는 ‘산’의 존재를 제목으로 선정한 것 같다. 어쩌면 유별난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 자연의 거대함 속에서 작아지고 그저 한 사람의 한 이야기 정도로 고요해진다. 거북하지 않게 과장하지 않으며, 그렇지만 분명한 이 이야기는 오히려 아프카니스탄, 그리고 인간들의 삶에 대해서 가장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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