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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삶의 자리의 영광
리뷰 : : 책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 본문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_정유정
나의 고래,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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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소설이!
이번에는 ‘소설’을 골라서 읽기로 하였다. 본래 에세이집을 즐겨 읽는 편이고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 습관은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은 에세이집들은 저자가 생각하고 결론 내린 것들을 설명하며 나에게 지식을 전달해주는 경향이 강했는데 그 저자의 생각이 멋지고 논리적이었기에 그것들에 매료되곤 했기 때문이었다. 저자의 논리가 마치 나의 논리가 된 듯한 기분에 취하곤 했던 것 같다. 반면 소설은 도대체 무엇이 주제인지 모르겠는 이야기들을 세세히 묘사해가며 표현했다. 책을 읽으면 거기서 뚝 끝나버렸기 때문에 흥미가 덜했다. 또한 고등학생 시절 문학에 답을 정하며 그 작품의 ‘정해진 주제’를 찾도록 하는 것에 질려버렸기도 했다. 그렇게 에세이들만을 편협적으로 읽다가 대학생이 되어서 소설에 조금씩 눈을 돌리게 되었다. 대학생이 되어서 접하게 되는 소설들은 고등학생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책의 주제와 장르는 내가 선택할 수 있었으며 수준도 나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었다. 몇 권의 소설을 접하고 다시 소설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소설은 나를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에세이를 읽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의 논리성이 대체적으로 나의 논리보다 강하기에 일반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흡수되어 그 안에서 헤엄치게 되곤 했다. 하지만 소설은 더 열려있기 때문에 더 넓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주제도, 장르도, 깊이도 나의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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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캠프는 프로야구, 프로 축구 따위에서 봄의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집중적으로 가지는 합숙훈련을 의미한다. 책의 배경은 1980년대 민주화항쟁으로 때로 보인다. 녹록치 않은 스프링캠프에 적합한 배경인 듯하다. 4명의 주인공들이 겪는 일들 그리고 겪어온 일들도 역시나 녹록치 않다. 그들은 그들만의 스프링 캠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 주인공에 할아버지도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고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청소년 성장기의 스프링캠프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한다. 허나 할아버지 역시 스프링캠프의 일원이다. 나는 이 부분을 통해 스프링캠프에는 어떠한 나이 제한도 없으며 그 기간이 언제 끝이나 봄이 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준호에게 있어서는 도전이, 정아와 승주에게는 일종의 현실 도피와 일탈이 스프링캠프 진입의 이유가 되었다. 할아버지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각자의 이유가 다르지만 함께 스프링캠프를 겪고 헤쳐 나가는 모습이 참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때론 어처구니 없이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기도 했다. 자신이 살아야하기에 끝없이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또 그 안에서 묘하게 협력하며 도우는 모습이 참으로 인간다웠다. 마지막에 고래를 보는 장면은 작가가 경이롭게 그리려고 부단히 애쓴 느낌이 들었다. ‘고래’의 역할이 주인공들에게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고래를 함께 본 후, 그들은 각자의 삶을 다르게 살아간다. 고래는 그들에게 꿈, 희망, 미래 등을 의미하는 듯한데, 그 고래가 진짜 ‘고래’로 직결되는 사람은 승주 한명 뿐이다. 고래를 본 것이 스프링캠프의 끝을 의미했을까? 우리는 그것조차 알 수 없다. 정아도 준호도 그리고 할아버지도 그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것이 항상 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듯이, 하나의 스프링캠프 너머에 그저 행복과 기쁨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항상 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스프링캠프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스프링캠프의 기억이 그리고 그 끝에 만났던 고래의 기억이 우리의 삶에 덧셈이 되어 좀 더 풍성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도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정도는 그래도 참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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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말 나!)인생의 스프링 캠프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뒤를 돌아보니 나의 모습이 준호 같기도, 정아 같기도 또 승주 같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나는 준호와 같이 내가 살고 있는 삶에서 약간의 삐걱거림을 느끼고 있었고 어디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을 까 탐색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준호가 규환이의 임무를 받아 그것을 핑계로 휙 떠나버리듯, 나에게도 설레는 도전의 대상이 생겼다. 그 도전은 내가 현실에서 잠시 떨어질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뛰어드니 준호가 겪었던 다사다난한 시간들과 같이 본격적인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외국어고등학교의 입학이다.
준호가 아버지를 어느 날 문득 떠나보내고, 새로운 아버지를 만나야만 했을 때 그 답답함이나 슬픔, 그 무게감들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저 준호의 ‘찜찜함’ 정도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왜 힘들고, 그것이 어떻게 내 삶에 문제가 되는지 중학생 준호가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중학교 시절 마주친 당황스러운 사건들에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중학생의 부족한 표현력으로 설명할 수 없었고, 그것이 왜 삶의 무게가 되는지 조차 스스로 알 수 없었다. 그저 외국어고등학교에 합격하여 떠나는 것이 즐거운 도전이자 현실에서 나올 수 있는 일석이조의 대안처럼만 보였다. 준호처럼, 시작은 참으로 신이 났다.
운이 좋게도, 나는 외국어 고등학교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운이 좋은 일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적어도 그랬다. 규환이의 임무를 받은 준호가 ‘이거다!’ 했듯이 말이다. 고등학교 3년의 생활은 이 책의 스프링캠프 못지않게 ‘다이나믹’했다. 그 스프링캠프는 참으로 지독했다. 시골에서만 자랐던 나에게 이토록 치열한 경쟁은 익숙하지 않았고, 꽤나 돈이 많은 상류층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눈치를 봐야만 하기도 했다. 내가 살아왔던 곳과 내가 어울렸던 사람들과 참 달랐기에 혼란스러웠었다. 스스로의 가치관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새로운 것들은 나를 당혹시켰다. 그렇게 혹독한 스프링 캠프를 겪으며 나는 나의 고래를 만났다. 책의 막바지에 고래를 보며 경이를 토하는 주인공들, 그 경이를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느낀다. 나의 고래는 아프리카다.
주인공들이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고래’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으며 그 시간들을 이겨냈다면 나의 이야기와 비슷해진다. 주인공들에게 고래를 본 것이 다음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면 그것은 나와 비슷하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자리 잡았던 나의 고래, 아프리카는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스프링캠프 도중 지치지 않고 나아가야하는, 그리고 다시 일어서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책의 표지의 질문인 ‘너의 고래는 안녕하니?’라고 묻는 다면 아직까지 나의 고래는 안녕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나는 아프리카와의 만남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당시의 스프링 캠프를 생각하면 기꺼이 다시 돌아가겠다고 나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을 거쳐서 내가 만난 고래가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에 그 시간은 내가 나의 고래를 만나기 위해 갔던 시간 정도로 기억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또 다른 스프링캠프가 나에게 다가오겠지만 그 캠프는 지금 만난 고래랑 같이 손을 잡고 갈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설레기도 한다. 아직 호되게 당하지 못해서 인지도 모르겠다만 그 시간 나와 내 고래가 같이 성장하게 된다면 필요한 시간일 것 이라고 믿는다.
*
마지막으로 한 가지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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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이정록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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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큰 성취를 이룬 사람보다, 삶의 자리를 살아내느라 생채기 있는 사람들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프링캠프를 겪어본 사람만이 그 느낌을 알기에, 그런 이들은 누구보다 그 생채기를 헤아릴 줄 안다. ‘너의 고래는 안녕하니’라는 소소한 질문들을 서로에게 던지며 서로의 고래를, 그 꿈과 미래를 존중하며 안부 묻는 그런 삶을 내가 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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