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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 책 | 연어 / 안도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어린语邻 2013. 9. 18. 22:18



고등학생 때 썼던 글을 우연히 들춰보았다.

그대로 옮겨본다.


마음에 드는 인용구를 옮겨 놓았다더라.

고등학생 때 내 마음을 두드렸던 그 책이, 지금도 그럴지?


지금도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책, 연어








연어

저자
안도현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4-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맑고 깨끗한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투명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내가 사랑하는 책, 연어



# 그리움, 이라고 일컫기엔 너무나 크고, 기다림, 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넓은 이 보고 싶음.

삶이란 게 견딜 수 없는 것이면서 견뎌내야 하는 거라지만, 이 끝없는 보고싶음 앞에서는 삶도 무엇도 속수 무책일 뿐이다.



+ ) 고등학생의 나는 뭐가 그렇게 그리웠지 ? 뭐가 그렇게 보고싶어서 삶도 무엇도 속수무책이었는지.

오히려 지금 더 속수무책이 아닌가, 나는.?



# 눈맑은 연어를 다시 만나면서 은빛연어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하나는 초록강 입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예삿일로여겨지지 않는 것이었다.

전에 같았으면 무심코 넘겨버릴 일들이 은빛연어에게는 하나하나 소중한 의미가 되어 다가왔다.

작은 돌멩이 하나, 연약한 물풀 한가닥, 순간순간을 적시고 지나가는 순간들, 

전에는 하찮아 보이던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느 사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 그러면 은빛 연어야, 너의 희망은 뭐니?

초록강의 갑작스런 물음에 은빛연어는 막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은빛연어는 너무 많은 희망을 가슴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희망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희망이란 정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은빛연어는 생각한다.



# 선생님은 교훈을 받아들이는일만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단풍잎들이 강을 수놓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교훈을 생각할지 모른다.

그가 만약에 이름없는 꽃을 하나 발견했다면 그는 아마 식물도감부터 뒤적일 것이다. 

그 꽃이 몸에 해로운지 이로운지를 먼저 알려고 할테니까.

그는 별을 바라보면서도 거기서 교훈 될 만한것을 찾을지 모른다.

꽃은 꽃대로 아름답고 별은 별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이다.

등굽은연어는 비틀어진 등으로 어떻게든 헤엄을 치려고 한다.

그 고통이 왜 아름다운 것인지, 그 상처가 왜 아름다운 것인지 선생님은 모른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 나도 그래. 뭔가 가슴에 자꾸 사무치는 것 같아.

은빛 연어는 목이 메인다. 이제 폭포를 뛰어오르기만 하면 고향이 바로 눈 앞인데도 그는 즐겁지가 않다.

뛰어오르는 일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 사무친다는 게 뭐지?

- 아마 내가 너의 가슴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거야

- 무엇으로 맺힌다는 거지?

- 흔적... 지워지지 않는 흔적.




#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은빛연어는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그는 알을 낳는 일보다 더 소중한 삶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그가 찾으려고 헤맸던 삶의 의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다른 연어들처럼 강을 거슬러오르면서 강하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폭포를 뛰어넘었고

이제 상류의 끝에 다다랐을 뿐이다.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찌 않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야.

-너는 어디엔가 희망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희망이라는 것도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럼 결국 희망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니?


은빛연어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나는 희망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거야.

한 오라기의 희망도 마음 속에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연어였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다면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연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오 년 전 연약한 어린 연어의 몸으로 상류에서 폭포를 뛰어내렸다.

이 한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바다라는 커다란 세상 속으로 거침없이 헤엄쳐 갔다.

 이 한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북태평양 베링 해의 거친 파도를 이겨냈다.

이 한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죽음을 무릎쓰고 초록강을 찾아 돌아왔다.

바로 이 한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수많은 죽음을 뛰어 넘었고,

이제 그들 스스로 거룩한 죽음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