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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 책 |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 장폴 뒤부아(Jean-Paul Dubois)

어린语邻 2013. 2. 15. 12:15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저자
장폴 뒤부아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06-10-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표류하는 운명, 암울한 상실감을 벗어던지기 위한 여행 케네디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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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예쁜 책인 건 분명하다

Si ce livre pouvvant me rapprocher de t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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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을 어떤 말을 하려고 쓴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책의 제목이 좋아서 읽었는데, 원래 에세이, 비문학 계열을 많이 읽는 편이라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40대 중반, 50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아빠랑 그렇게 나이차이가 나지않는 남성이에요.

저는 책장을 넘길수록 그 부분에 저도 모르게 주목을 하게 되었어요. 


'암울한 상실감과 표류하는 운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길을 더난 한 남자의 아름다운 여정!' (책의 뒷부분)


주인공은 작가이고요, 그리고 이혼을 한지 얼마 안되었어요. 밤에 잘 때 이를 갈아요. 병원에 가서 교정기(?)같은 것을 받아와서 끼고 자야할 정도로 이를 심하게 갈아요. 이를 가는 것이 마치 자기자신을 집어삼키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인공은 받아요.

아마 사는게 많이 힘든가봐요.


이 중년의 남성, 주인공은 여행을 떠나요. 여기저기- 다닙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사고로 돌아가셨고 아버지 역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주인공은 여행 중 아버지의 오랜 친구를 만납니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는 주인공에게 '비밀'을 알려줘요.


그건 다름아닌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다른 아내가, 있었다는 거에요. 그리고 주인공에게는 배다른 누이가 있고요.


주인공은 충격, 비슷한 것에 빠지는 것 같았어요. 꽤나 충격이었을 거에요. 

아버지는 어머니가 사고로 죽었을 때, 어머니 옆에 다른 남자가 있었던 걸 슬퍼하셨으니까요.


주인공이 충격에 빠지고, 방황하고, 힘들어하고, 지치고, 여행을 떠나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빠도, 이런 주인공 같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흔히 그러잖아요. 우리 어렸을 때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마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나에게 있어서 한 없이, '어른'인 것 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도 똑같이 '나'였더라고요.


초등학생 때 교회에서 보조교사 선생님이 계셨는데, 대학생이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20살~25살 사이였던 것 같아요. 제 기억 속에서 그 분은 정말 어른이었거든요.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믿고 따랐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까,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 역시도 모든 것이 새롭고- 두렵고- 어색하고. 모든 것에 있어서 초보이고.

그 때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그 분도 아마 그랬겠지요.


내가 아기였을 때,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30대 초반이었을 거에요.

아이였던 나의 눈에, 어머니 아버지는 내가 믿는 분이셨고 나의 '어머니, 아버지'였고. 내가 따르는 사람이었고 내가 의지하는 사람이었지만, 사실 알고보면 엄마 아빠도 똑같이 처음이었고, 어색했을 거고, 두려웠었겠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50대를 넘어서 부모님, 물론 '어른'이지만,

부모님 개인에게 있어서 50대는 처음이잖아요.

아마 50대의 삶이 어색하고, 두렵고- 그럴거에요.


50대에 가까워지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이 본인에게 주어진 삶이 어색하고 두렵듯이.

아마 이 세상에 실제로 있는 모든 어른들도 그렇겠죠.


그리고 또하나, 이 책의 주인공의 아버지. 그러니까 바람을 피고 있었던 그 아버지.

그 아버지에게도 삶은 아마 어려운 거였을 거에요.

그 아버지가 어른이라서, 자신있어서, 두렵지 않아서- 다른 여자를 만난 건 아니였겠지요.

그 아버지에게도 그 삶은 처음이어서, 아마 서툴렀을거에요.



내가 지금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지금 믿고 있는 사람들,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모두, 사실 그 개인에게 있어서 지금 살고 있는 삶은 '처음'이잖아요.

두려운 시간들, 어색한 시간들, 변화를 맞이하는 시간들-

아마 그런 시간들을 다들 겪고 있을거에요.


그러니까 지금 나만 삶이 어색한게 아니라는 소리에요.

지금 나만, 삶이 어려운게 아니라는 거에요.


모두가, 그렇다는 거죠.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은 늘 새로우니까.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글 귀


그리고 깨달았다. 그 보잘것없는 물건을 만드는 데 들였던 노력의 십분의 일만 내 삶에 투자했어도 난 훨씬 행복해졌으리라는 것을. 난 깨달았다. 삶을 피한다고 삶이 더 나아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면 그 삶을 굳이 글로 옮기려 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내가 스스로를 속이기 위해 글줄을 쌓아올리고 있다는 것을. 난 깨달았다. 늘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해왔지만, 사실 자신을 향해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는 것을. 글을 쓰는 것만큼 속편한 일도 없다. 살지 않으면 그만이니까.(4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