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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 영화 | 냉정과 열정사이,

어린语邻 2014. 5. 5. 21:25

 

 

 냉정과 열정사이

 

 

 

 

그 거리의 가게에서 우린 그렇게 스쳐 지나갔지

말 한마디 못 나누고..

한데 어떻게 기억하냐고?

다음에 만났을 때 넌 의아해했지만

난 그 미술관에 자주 갔기 때문에, 안내 창구에 새로운 아가씨가 들어왔다는 걸 알았고,

그녀가 아르바이트라는 사실도,

같은 과는 아니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 아이는 항상 혼자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어.

 

 

 

 

 

 

 

혼자 있는 걸 냉정하게 견뎌내는 여자

난 널 무척이나 강한 애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지.

외로워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지만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해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몰랐지.

 

 

 

 

그때 우리는 둘 다 19

너무 어렸지.

하지만 왜 그렇게 두근거렸는지...

 

 

 

 

 

처음으로 걸려온 네 전화

첫 데이트 약속

만나기로 한 커피숍

처음으로 함께 본 영화

 

 

난 마음에 드는 책이나 음악이 있으면, 누구보다도 먼저 너에게 소개해줬지.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

 

 

 

네 어렸을 때 이야기

너의 아버지가 일본인이라 그래서 네가 아오이라는 일본이름을 가지게 된 것

그런 아버지를 일찍 사고로 여의고

어머니가 재혼하자, 넌 새 가정에 적응을 못했다는 것

줄곧 고독했다는 점

아버지의 나라를 알기 위해 유학을 결심한 것.

넌 네가 있을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어.

 

 

 

 

너와 함께 보낸 우리들의 추억은

영원할 줄 알았어

하지만 자주 가던 커피숍은

이미 허물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섰더군.

 

 

그 중고 레코드 가게도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그곳에는 이젠 아무것도 없어.

 

 

 

 

 

기억나?

우리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있었지

대학 기념강당 옆 콘크리트 계단에서

첼로를 켜던 학생말이야.

 

 

늘 같은 곡을 연주했고

늘 같은 데서 막혔지

그 학생의 엉터리 첼로에

우린 미소를 지었어.

 

 

 

 

첫 키스를 나눈 그곳에서 들었던 그 곡.

 

 

 

 

 

아오이.

난 이제 그 곡명이 기억나질 않아.

 

 

 

되돌릴 수 없는 과거 이야기.

그래, 이젠 다 지나간 과거일 뿐이야.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밀라노까지 널 만나러 갔을 때

점잖치 못한 태도를 취한 자신을

지금은 정말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어.

용서를 바래.

 

 

 

 

함께 살고 있는 애인에게

안부 전해줘.

건강하게 잘지내.

 

 

 

 

어쨌든,

행복하다니 기뻐.

멀리 밀라노의 아오이에게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쥰세이가.

 

 

 


 

 

 

이 편지는, 쥰세이가 아오이에게 쓴 편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영화를 보았다.

물론 책이 주는 감동과 깊이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영화도 영화 나름의 감동이 있었다.

늘 나 혼자서 고민하는 부분, 운명은 있을까? 운명이라는 건, 있는 걸까?

대학시절 뜨겁고, 풋풋하게 동시에 아주 서툴게 사랑했던 아오이와 쥰세이,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고

각자는 또 다른 남자와 여자를 만나고 있기도 했지만

10년이 되도록, 내내. 서로를 기억하고 그리고 있었던 두 사람..

운명,이라는 걸까..

 

영화 속에서 내내 아오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쥰세이의 목소리가 마음을 저며온다.

 

 

 

 

기적은 그리 자주 찾아오는게 아냐.

우리 둘에게 일어난 기적은 단지

네가 혼자서 기다려주었다는 그것 뿐

마지막까지 냉정했던 너에게

난 뭐라 말해야할까..

 

 

 

어떤 식으로, 마음의 빈공간을 채워야할까

난 과거를 되새기지도 말고

미래에 기대지도 말고

지금을 살아가야만 해

 

 

 

아오이.

 

네 고독한 눈동자 속에서

다시 한 번 더 나를 찾을 수 있다면

그 때

나는

너를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