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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삶의 자리의 영광

2018.12.02. 찰랑찰랑 본문

일상적 성찰

2018.12.02. 찰랑찰랑

어린语邻 2018. 12. 2. 13:11


 한국에 살면서, 나는 나름의 원칙처럼 가지고 있는게 받은 만큼 꼭 돌려줘야 한다는 것. 사람은 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래야만 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배운 것이었다. 난 그렇게 하지않으면, '받고서는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은 파렴치한 인간'으로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서 그것을 열심히 지켰다. 따라서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만큼을 줬는지를 가늠해보고, 그게 이마마안큼이라면 나도 이마마안큼을 돌려주고, 그게 이마아아아아만큼이면 최대한 나도 이마아아아아만큼 돌려주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돌려줄 수 없을 것 같은 베품은 받기가 싫었다. 왜냐하면 그건 그만큼, 그대로 나에게 되값아야 하는 책임을 줬고, 나는 그게 괴로웠다. 그러니까 세상을 혼자 사는 것 같았다.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사람은 절대 믿지 말라고 가르쳐줬다. 어릴 때는 분명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셨는데, 분명 나한테 사랑을 더 많이 가르쳐준 분이셨는데, 내가 이십대즈음이 되었을 때부터 그 말을 자주 하셨다. 부모님이 많은 사람에게 뒤통수를, 그것도 아주 크게 맞은 탓인 것 같았다. '살아보니 사람은 절대 믿으면 안된다'라는 그 말이 반복되자, 나는 또 더 세상이 무서웠다. 아무도 믿으면 안되니까, 나는 혼자가 되었다. 


 나는 그 틀을, 깨고싶어서 몸부림치면서 동시에 그 틀에 계속 들어갔다. 마치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게 빠지는 어떤 덫에 걸린 것 같았다. 저 사람은 나한테 이만큼 주면, 얼마나 다시 받기를 원할까, 그것을 마음으로 수 없이 계산하며 사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었다. 관계에 소진이 많았고, 그 기쁨보다는 부담이 훨씬 컸다. 그냥 주고 받음, 그 '그냥'이 허용되지 않는 세상이 나는 너무나도 괴로웠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느낌은 많다.


 그런데 그 틀을 깨는 사람들이, 혹은 경험들이 나의 견고한 두려움과 조금씩 균열을 낸다. 아직은 균열수준이지만.


우간다 연구를 준비하는 지금,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그 중 꼭 필요한 부분이 현지어 통역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은 영어를 하지만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은 현지어-루간다어-만을 구사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난 11월 초, 우간다-와키소를 방문했을 때는 M이라는 친구가 그 통역을 도와주었다. 모임 전에 약 30분 정도를 만나서 대화를 나눠, 오늘 진행할 모임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고, 통역에 있어서 신경쓸 부분을 논의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는 모임에서, 그녀는 나의 말을 현지어로, 현지어를 나에게 영어로 계속 통역했다. 그런 지속적은 통역은 상당히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이다. 모임을 마치고, 나는 한국에서 챙겨간 아주 작은 선물-볼펜과 한국전통모양 책갈피-을 주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나는 이마마아아아아안큼을 받았는데, 고작 요만큼! 돌려준 것 같아서 불편했다. 마침 그녀가 대학원 과정을 밟고있고, 학비 지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까지 얹어 약간의 돈을 다른 사람을 통해 건네었다. 직접주면 거절할 것 같아 일부러 그리했다. 


 그리고 최근, 연구윤리 심사를 위해서 몇 가지 문서를 루간다어로 번역해야 했는데 그것도 그 그녀에게 부탁을 했다. 우간다에서 돌아오자마자 오늘까지, 거의 숨 쉴 틈없이 연구윤리서류와 연구계획서를 준비했고, 그래서 그녀에게 '하루만에' 서류를 번역해달라고 부탁했다. 컴퓨터 상황이 한국처럼 여의치 않은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어렵고 큰 부탁이었음이 틀림없다. 정말 미안했지만 그 친구뿐이였고, 그 친구가 내 연구를 알고 있었고, 그 친구는 또 아주 믿을만한 친구였기에 부탁했다. 한 편으로는, 학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들었기에 이 방식으로 그녀의 학비마련을 돕고 싶기도 했다 (내가 늘 알바자리를 찾듯이, 그녀에게도 알바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적절한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번역을 다 마친 그녀는 나에게 이메일로, '아주 힘든 작업이었지만, 이것을 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이렇게라도 당신의 연구를 도울 수 있어서 기쁩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연구를 축복해주시길 빕니다' 라는 편지와 함께 번역본을 보내왔다. 나는 현지에 있는 다른 분의 도움을 통해 그녀에게 또 적정한 돈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는 거절했다. 전한 이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아이린(내 영어이름)은 좋은 친구라서 그냥 해준거야. 자꾸 이렇게 사례비 안줘도 돼!'라고 대답했단다. 그리고 사례비를 주기 전에 내 연구 진행이 잘 되고 있는지, 그리고 1월에 내가 다시 오면, 자기가 그 때는 일이 바빠서 못 도와줄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사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염려해줬다고 한다. 


띠용!


그녀는 학비가 필요하지 않은가? 돈이 필요한 거 아닌가! 왜 거절하지? 도대체 나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가는 결정이다.


 사실 이것만은 아니다. 우간다에서 내가 받은 사랑은. 11월 초 우간다로 가는 비행기는 아디스아바바에서 환승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비행기가 연착이 됐고, 당시에 나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굉장히 아픈 상황이었다. 몇 시간을 통증을 버티고, 몸을 오직 정신력으로 끌고 환승하러 갔는데, 이미 비행기가 떠난 상태였다. 7시간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 비행기표를 어디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어디서 쉴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는 물론 없었고, 나는 그런 것을 물어보러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때 한 명의 우간다 청년과 콩고의 아주머니가 와서 나를 도왔다. 나보고 앉아있으라고 한 다음에, 나 대신 줄을 서서 비행기표 교환을 도왔고, 그 이후에 메티컬 센터와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약을 먹고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나 나오니, 그 청년이랑 아줌마가 나한테 손을 흔든다. 괜찮냐고. 그리고 그 청년이랑은 친구가 되어 아직도 연락을 주고 받고, 또 우간다에서 맛있는 식사도 함께 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좀 있다. 진짜 이상한 사람인가, 싶은데 내가 처음에 대학원 입학할 때 내 학비를 대준 사람이 있다. 나한테 절대 값을 생각따위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응원이라고 했다. 그 사람은 내 첫 학비와 입학금을 내줬다. 내 생일에 내 가방에 몰래 돈을 넣어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고작 석사따위인데 아프리카 연구에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이상한 사람도 있었다. 우간다에서 나를 데려다주고, 데리러오고, 먹이고, 재워준 선교사님들도 있다. 올해 초 이사할 때는 이상한 내 친구들 몇 명이 와서 생고생을 하며 이사를 도왔다. 연구하면서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잘 설명해주는 우리 과 선생님들이 있고, 학교-집 거리가 꽤 먼데 가는 길에 돌아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데려다주는 분도 있다. 인천공항 갈 때 짐이 많아서 정말 '개고생'을 코앞에 계획하고 있던 나를 인천공항까지 그냥 데려다주신 분도 계신다. 아, 내 룸메도 있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우리는 일상에 많이 나눈다. 으와아- 생각해보니 진짜 너무 많네. 다 쓸수가 없네. 그리고 내 남자친구가 있다. 그가 나에게 베푼 사랑의 다양한 모양은 다 설명할 수 없다. 근데 아직 내 눈에는 그 사람들이 참 이상해보인다. 이상해... 미쳤나.....


 그래서 나의 단단한 마음에는 균열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사건들도 있지만, 보드랍게 하는 일들도 많다. 주고 받음은 반드시 동일한 크기가 아닐 수 있고, 또 그것이 반드시 소유의 형태가 될 필요도 없음을 아주 조오금씩 배우고 있다. 받은 것을 '갚는다'는 말보다는 받은 것이 어쩌다보니 '흘러가는' 것이 되면 더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너는 나에게 흐르고, 나는 너에게 흐르면서, 그래서 찰랑찰랑, 찰랑찰랑, 없는 것을 나누고, 있는 것을 나누며, 그래서 이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이 찰랑찰랑, 찰랑찰랑, 서로 연결되어 사는 것이 벅차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삶.


 1월에 우간다에 가면, M을 안아줄거다. 그리고 손을 모아 기도해줘야지. 찰랑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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